은일킴(EunilKim)의 새로운 앨범 ‘25-31’
Oder here. 카페에서 커피의 이름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참 다양한 매력이 있구나. 마치 그의 음악처럼. 우리는 카페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때 당신은 카페모카(에스프레소 스팀우유 휘핑크림 초코시럽)같은 음악을 들려주었다. 달고, 찐하고, 부드러움을 듬뿍 얹은 그의 노래, 아쉽게도 이제 들을 수 없다. 그는 이제 아기자기한 감성을 덜어내고 어깨에 힘도 뺐다고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가끔 카페모카가 생각나는 찌 뿌듯한 날이면 그의 이전 음악들이 그리워지고, 자신의 첫걸음을 지워 버린 그가 미워지겠지만 어찌하랴. 그는 카페라떼에 하트를 그려 건네며 우리를 달래줄 텐데. 그는 그렇게 다양한 멋이 있는, 중독성 있는 음악가인걸.
주문하신 카페라떼 나왔습니다. 커피를 받아들고 물었다.
-커피 왜 좋아해?
-응, 향이 좋아서.
어떤 친구가 그랬다. 은일킴의 0.5집을 들으며 생각한다. 그래, 향이 좋아서 그의 음악이 좋다. 지난 작업들을 모아 더 깊은 향이 나도록 다듬고 매만진 곡들. 이 곡들을 듣고 있으면 그의 섬세함이 귓가에 닿는다. 카페라떼 같다. 달콤함은 줄었지만, 여전히 그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사람이다.
이 앨범에서 싱어송라이터 은일킴은 프로듀싱과 작사, 작곡, 편곡을 온전히 혼자 힘으로 해냈다. 실력 있는 음악감독에서 자신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찾아가는 스토리 텔러로 변모하는 중인 것. 그렇기에 그의 이번 음악은 어쩌면 선명한 풍경이나 사연이라기보다 연한 수채화로 그린 거리(새벽소리, 신사동 가로수길, 겨울 그 즈음 삼청동)와 어젯밤 꿈처럼 잡히지 않는 아득한 사랑의 언어들(그대여 그대여, 내 맘이 편해지는 말, 여기까지만)이다. 덧붙여 주목하고 싶은 것은 그가 김형미와 함께 한 곡에서 느껴지는 배려이다. 돋보이려 하지 않고 감싸주는 그의 목소리. 어울림을 아는 그가 역설적으로 돋보인다.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페비엔나…, 진동벨이 울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늦은 시간 업무를 마치고 자신의 음악을 할 때 가장 즐거웠다는 그가 건넬 음악은 무엇일까. 그 떨림을 기대한다.